작은 등대 · 두 번째 밤
접어 둔 담요
지붕 위의 비. 익숙한 계단. 쉬기 위한 작은 자리.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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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등대 지붕을 몇 번 작게 두드리며 시작되었습니다. 등대지기는 선반에서 꺼낸 담요를 안고 창가에 잠시 멈춰 섰어요. 네 모서리가 포개진 담요는 오래 읽은 책의 페이지처럼 부드러웠습니다.
의자 등받이에 담요를 올려놓고 접힌 자리를 하나씩 펼쳤습니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털실 사이에는 오후 햇볕의 온기가 조금 남아 있었어요. 가장자리에는 파란 실로 꿰맨 자국이 있었습니다. 조금 고르지 않은, 오래전 어느 느린 오후의 흔적이었지요.
창밖의 길이 천천히 짙어졌습니다. 돌의 얕은 홈마다 빗물이 고였어요. 작은 물웅덩이마다 회푸른 하늘이 담겼습니다. 바다와 하늘은 거의 같은 색이 되어 갔고, 그 사이를 등대의 빛이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등대지기는 의자를 창 가까이 옮기고 등 뒤에 방석을 놓았습니다. 발밑에는 낮은 나무 발판이 있었어요. 오랜 시간 닿은 부분은 둥글게 닳아 은근한 빛이 났습니다. 특별한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다가 내려놓은 두 발을 받아 주는 물건이었지요.
잠시 지붕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가볍게 내려앉는 빗방울. 처마 끝에서 모였다가 동그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 그 사이에는 방의 조용한 소리도 있었어요. 시계의 작은 걸음, 식어 가는 주전자, 가끔 낮게 울리는 나무 바닥.
담요를 무릎에 펼쳤습니다. 손을 파란 실밥 곁에 놓고, 짧은 선을 하나씩 따라갔어요. 몇 땀인지 세지도, 가지런한지 살피지도 않았습니다. 창밖의 빛이 한 번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졌어요. 길을 잘 아는 오랜 친구처럼요.
조금 뒤 등대지기는 작은 램프를 어둡게 했습니다. 비는 지켜보지 않아도 계속 내렸어요. 의자는 창가에 그대로 있어도 되고, 위층의 불빛은 돌아가도 되었습니다. 익숙한 담요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습니다. 오늘 밤의 일은 오늘 밤의 자리에 남았습니다. 어느 것도 꿈속까지 따라올 필요는 없었어요.
NightWhisper의 창작 이야기입니다. 조용한 읽기를 위한 것이며 의료 효과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